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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여담

비실기로 홍대 미대 살아남기(2) : 현실은 가혹하고 냉혹하고..

by Designer Hoya 2024. 3. 7.

비실기 미대, 홍대 비실기, 비실기 미술, 미대 전공 살아남기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윤호야입니다 :)

 

오늘은 기존 비실기 홍대미대 살아남기 어쩌고 시리즈의 2탄을 포스팅해볼까 합니다.

1탄을 미처 보지 못한 분은 아래 링크 확인해주세요.

https://designer-hoya.tistory.com/21

 

비실기 똥손이 홍대 미대 평점 4점대로 무사 졸업할 수 있었던 이유(1)

비실기 미대, 홍대 비실기, 비실기 미술, 미대 전공 살아남기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윤호야입니다:) 오늘은 어도비와는 다른 주제로 포스팅을 해볼까하는데, 바로 저의 학벌과 밑바닥 절

designer-hoya.tistory.com

 

지난 번 포스팅에서, 뭔가 근성으로 버텨라~ 하는 꽃밭같은 소리가 주를 이루었다면,

오늘은 왜 근성이라도 없으면 안되는지(^^)에 대한 냉혹한 현실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교수님이 까라면 까고 기라면 기어라
2. 레퍼런스는 많이 보되, 잠식 당하지는 않기로
3.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해본겁니다! 겁내지 말기
4. ’나는 아티스트다‘ 마인드셋 장착하자
5. 엎을 때 엎더라도 일단 만들고 보자
6. 별 일 없다면 실기실에 죽치고 있어라

 

지난 포스팅 때는 1,2,3번을 말씀 드렸다면,

오늘은 4, 5, 6번 설명드리겠습니다.

 


 

4. '나는 아티스트다' 마인드셋 장착하자

올바른 마음가짐 가지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런 아티스트뽕이라도 있어야 버틴다는 소립니다 ^_ㅠ

 

여러분은 이제 학기중이라면, 아침에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밤이 될지 다음 날 오전이 될진 모르겠지만) 잠들기 직전까지 작업에 절여지게 됩니다.

 

단순히 따라가기만 하는데도 그래요..

 

3학점 짜리 수업을 듣는다고 치면, 일주일에 3시간 수업을 듣겠죠?

근데 이 3시간 수업을 듣기 위해서 못해도 6시간을 작업을 해야합니다.

 

즉, 여러분은 수업만 들으면 되는 다른 과 친구의 최소 3배의 시간을 학업에 투자하셔야 된다는 말이 됩니다.

(과제 제출 시즌엔 이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냥 잠은 포기하세요..)

 

심지어, 미대는 학점 배정을 겁나 짜게 주기 때문에, 전공 과목인데도 2학점 따리의 수업들이 있습니다..

와중에 B0로 드랍한 과목으로 현재 밥벌이 중인게 킬포

 

심지어 저는 전공 9개에 교양 2개 했는데도 18학점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로 차원에서 해드리는 말이예요! 과거 얘기라서 지금은 이 정도는 아닙니다! 걱정 마세요)

 

아무튼 정리하자면,

여러분이 미대를 선택하지만 않았어도 어느정도 밥도 먹고 고등학교 친구도 만나고 롤도 하고 할텐데

미대를 오셨기 때문에 하루에 못해도 9시간은 작업에 묶여있느라 못합니다.

 

심지어 비실기라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야 하므로 더 빡셉니다^^

 

그래서 '나는 아티스트다' '나는 천재다' 뽕에 취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읍니다.

아트는 나의 삶이고 디자인은 세상에 외치는 나의 천재적 언어라고 세뇌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안 그러면 어느새 수능을 다시 치는 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미대생을 소재로 한 기성 영화나 소설 등을 많이 보면서 자아의탁을 했습니다.

저는 이 영화의 아오이 유우에 자아의탁을 하기도 했읍니다^^

 

그렇지 않으면 버티지도 못할 뿐더러,

작업에 임하는 나의 멘탈이 후달달거리고,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순간을 맞이하게 되고,

 

그렇게.. 그 모든 것이 축적되어 스레기 같은 작업을 종강때 들고가게 됩니다.(경험담)

 

그리고 C를 받고 학사경고를 받습니다.

 

그래서, 미대생과 관련된 창작물에 꼭 자아의탁을 해주세요.

아무 생각 없이 보기만 해도 자아의탁이 자동적으로 됩니다.

(물론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은 나보다 작업을 덜 하는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

 


 

5. 엎을 때 엎더라도 일단 만들고 보자

물론 작업하기 전에 생각 많이 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작업 진행하는 것.. 좋습니다.

근데 그럴 지식과 짬이 없으면 하지마세요.

 

배움이 부족한 나의 촉은 똥촉이란 것을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작업 들어가세요.

 

옷 작업이면 냅다 패턴 떠버리고, 조형 작업이면 냅다 주 재료 얹어버리세요.

시각 작업이면 냅다 그냥 만드세요 그냥 옵션 막 몇 개해서 만드세요. 

 

거기서 발전시킬건 발전시키고, 아니다 싶으면 엎으면 됩니다.

어느정도 주제와 틀이 잡혔다면 랩탑이나 아이패드 던지고 작업 들어가는게 좋습니다.

 

이건 정말 삶의 지혜입니다

 

아이패드 붙잡고 있다가 크리틱 날에 빈 손으로 갈 바에야 그게 낫습니다 진짜로ㅠ

그냥 머리 그만 싸매고 방황 그만하고 킵고잉하세요.

 

그리고 작업을 엎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는 것 저도 이해는 합니다.

그치만 애시당초 절망엔딩으로 가고 있다면 그냥 엎는게 맞습니다.

 

엎고 새로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실패를 바탕으로 학습 된 부분 + 2번 문항에서의 레퍼런스로 쌓은 눈높이를 바탕으로,

이젠 진짜 최최최최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진짜 많이 엎어봐서 아는데, 많이 엎어볼 수록 작업물의 퀄리티가 좋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이 우리보단 어른이시다 보니, 성장 서사에 아주 미치시는 분들입니다.

성장 서사에 필요한게 뭐겠습니까 여러분? 실패입니다.

 

'해봤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엎고 새로 뭘 어떻게 한다' 하면서 하다가 엎은거 사진 보여드리고,

리트라이로 들어간 작업물 크리틱때 보여드리면 아주 흡족해하십니다.

(근데 작업물이 괜찮으면 굳이 엎지 마세요 제발...)

 

이러한 과정과정이 모여서 결론적으로 내 작업물 퀄리티도 상승하고,

교수님이 생각하는 '올바른 수업태도'에도 부합하는 겁니다. 명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6. 별 일 없다면 실기실에 죽치고 있자

공부하려면 책상에 앉아있기라도 해야하듯이 작업도 그렇습니다.

그냥 실기실에 앉아있으세요. 거기서 밥 먹고 핸드폰만 하다 집에 오는 한이 있더라도 실기실에서 하는게 맞습니다.

 

그래야 작업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일단 손에 잡히는거 뇌 빼고 에어팟 끼고 하세요 :)

 

실기실 지박령일 수록 실제로 학점도 잘 받는 것을 학부생 4년 반동안 확인했습니다..

실기실에 앉아있어야 앞서 말한 1번부터 5번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꼭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이 있네요.

 

잠깐 쉬다가 와야지 하다가 내 자리 뺏겨요. (진짜로)

전국의 모든 미대는 자리 부족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이겨내질 못하고 있습니다.

등록금은 최고로 내면서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자리 없습니다.

 

맥이나 PC로 작업하는 분들이라면 집이나 카페라도 갈텐데

내가 하필 조형이다..? 그냥 앉아계세요.

 

고등학교 동창회 갔다가 밤에 술취한 상태로 실크스크린 제판하러 온 적도 있습니다 (낮엔 자리가 없어요)

 

특히 요새 유학생들 많아서, 더더욱 자리 없어요.

오늘은 좀 쉬어볼까? 하다가 계속 강제 휴식 당하면서 다음 크리틱 때 빈손으로 갑니다.

 

그리고, 실기실에 계속 죽치다보면 주변인들이 오며가며 해주는 작업 참견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교수님 말이 1순위긴 하지만, 가끔 돌파구가 될 때도 있어요.

비실기인 친구들에겐 이러한 미술(?)적인 한 마디 한 마디가 쌓여서 실기 친구들과 비슷한 냄새라도 풍기게 됩니다.

 

이상.. 극한의 집돌이인데도 실기실에서 숙식을 해왔던 사람이 전해드리는 메시지입니다.

생각 외로 실기실은 아늑하고, 매번 보는 사람들끼리 보다보면 가족같아서 집에 갈 생각이 안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막상 집 가면 행복하고 좋다)


 

저 역시도 비실기 출신에 미술 백그라운드도 거의 없었던 케이스라 여러분 심정 이해합니다.

 

학교 입학하고 벌벌 떨면서 실기실 들어갔을 때도 있었고,

교수님 말이 이해가 안 가고, 나만 못 하는 것 같아서 맨날 울먹거리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누드 크로키 시간엔 눈사람을 그리기도 했구요,

교수님한테 넌 왜 작업을 이렇게 주먹구구로 하냐는 소리도 들었습니다(왜냐면 드랍했으니까요 교수님)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이런 백그라운드를 가진 그래픽 디자이너가 될 줄은 몰랐겠죠?

 

전 적당히 하다가 경영학과 복전해서 기획쪽 직무로 취업할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도 이루어내긴 했습니다.

근데.. 지금 보시면 뭐.. 인생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허허허허

(기획&영업 직무 1년 하다가 정신병과 탈모가 동시에 와서 디자이너 전향한 케이스가 접니다)

 

 

지금 오늘의 포스팅을 읽어주신 비실기 학생 여러분도 사실 알고봤더니 내가 디자이너 천직일 수도 있기에,

아티스트 뽕에 취해서 열심히 미술인으로 살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그 전에 졸업은 해야할 것 아니겠어요? 호호호

 

아무튼, 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저에게 개인적으로 질문 주시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달아주세요.조언 드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얼마든 드리겠습니다 :)